2016.05.
감자에 싹이 나고, 싹이 나고 곰팡이가 핀다.
방의 모서리에도, 한 곳에 처박아 둔 빨래 더미에도.
썩음과 마주한 순간, 생명력을 맛본다.
삶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생명력에 있다.
생명력이 없다면 더 이상 삶이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.
- 썩은 것들은 흉하다.
- 본래 흉한 것들은 없다.
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엔 천부적인 아름다움이 있기 마련이다.
하지만 아름다운 것과 아름다운 순간을 향유할 때는 살아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없다.
내면의 추악함과 들끓는 열등감을 과소비 하며
스스로를 썩히고 수긍할 수 없는 이유들에 각주를 달 때,
썩은 감자의 일부분을 도려내고 서걱거리는 씁쓸함에 입맛을 다실 때.
진창 같은 삶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생명력이 내겐 문학적인 순간이다.
'기록 기록 기록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메모 (0) | 2025.04.25 |
---|---|
문학적인 순간 - 2 (0) | 2025.04.25 |
멸종과 여름 책갈피 (0) | 2025.04.25 |
보고싶은사람 (0) | 2025.04.25 |
성숙과 미성숙 - 세계 고양이의 날 (0) | 2025.04.25 |
최근댓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