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6.05.

 

 

감자에 싹이 나고, 싹이 나고 곰팡이가 핀다. 

방의 모서리에도, 한 곳에 처박아 둔 빨래 더미에도. 

 

썩음과 마주한 순간, 생명력을 맛본다. 

삶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생명력에 있다. 

생명력이 없다면 더 이상 삶이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. 

 

  • 썩은 것들은 흉하다. 
  • 본래 흉한 것들은 없다. 

 

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엔 천부적인 아름다움이 있기 마련이다. 

하지만 아름다운 것과 아름다운 순간을 향유할 때는 살아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없다. 

 

내면의 추악함과 들끓는 열등감을 과소비 하며

스스로를 썩히고 수긍할 수 없는 이유들에 각주를 달 때, 

 

썩은 감자의 일부분을 도려내고 서걱거리는 씁쓸함에 입맛을 다실 때. 

 

 

진창 같은 삶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생명력이 내겐 문학적인 순간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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